라트비아에서 2주간의 일정으로 WOC와 LOW2018(Latvia O-Week)에 참가했는데, 이곳에서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 파견된 우리 대표선수단과 일정을 함께 하며 7개의 퍼블릭 경기에 참가하였다. 대회 추최 측에서 WOC와 LOW의 일정을 서로 겹치지 않도록 편성했기에 WOC 모든 경기를 참관도 하고, 계획했던 LOW 경기에 모두 참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IOF 회원국의 대표선수들이 참가하는 최고 권위의 오리엔티어링 대회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회원국들이 참가하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스타급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이변도 일부 있었지만 스웨덴, 스위스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국가들의 우세가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8명의 선수들이 전 종목에 출전하였는데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여전함을 확인하였다. 다만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의 발전가능성과 경험 있는 선수들의 안정적인 경기기록을 유지하는 등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대회로 평가하고 싶다.
WOC 경기가 있는 날에는 우리 대표선수들의 경기 참가를 돕기도 하고 응원도 하면서 일정을 같이 했고 개인적으로는 LOW 6개 종목과 Indoor-O에 참가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형과 식생도 일부 있어서인지 경기마다 1~2개의 미스구간이 있었지만 앞에서 참가한 3개의 대회보다는 나름대로 수월하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록과 순위 면에서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1) Sprint(8월 4일, Riga)

WOC 스프린트 개인전 예선이 끝난 후 같은 장소에서 스프린트 경기에 참가했다. 시가지와 공원이 연결된 경기장이었고, 시가지의 주요 도로는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교통통제를 해줬다. 핀란드에서는 운영진들이 통제를 했는데, 라트비아는 경찰관이 해줬던 점이 달랐다. 지도 표기상 다른 점은 흰색 식생의 숲을 나무가 있는 트인 땅으로 표기했던 것이어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코스 거리는 3.0km, 컨트롤 수는 15개, 소요시간은 17분 7초(km당 5분 42초)로 29명 중 20등을 기록했다. 이번 투어에서 스프인트 경기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일부 실수가 있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1번부터 실수를 했다. 주최 측의 실수로 지도상 1번과 5번의 숫자의 배치가 잘못되어 헷갈린 측면도 있었지만, 방향을 잡고 직진을 하다가 “이거 아닌데, 여기가 어디지?” 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루트와 시간에서 손해를 봤다. 10번은 건물을 약간 지나쳤다가 되돌아왔고, 15번은 거리가 더 있어 보이지만 단순한 루트를 선택했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별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 Indoor-O(8월 5일, 라트비아 국립도서관)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인도어 경기였는데, 1번 컨트롤도 찾지 못하고 50여 분만에 경기를 포기했다. 라트비아 국립도서관 12개 층 건물을 사용하는데, 너무 어렵게 코스를 설정해서 많은 참가자들이 도중에 포기를 했다. 코스설정자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일반 오리엔티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고려했어야 했다. 국내 대회에서도 간혹 많은 수의 참가자들이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실격처리 되는 경기가 있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코스 설정자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의 수준에 맞춰서 적절한 코스를 설계해야 한다. 참가자의 3/4 이상이 완주하지 못한 경기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경기라고 주장하고 싶다. 오리엔티어링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코스 전체적으로 소위 뺑뺑이 돌리는 식으로 코스가 구성되었다. 예를 들면 스타트에서 1번을 찾아가려면 지하 2층에서 출발해서 지상 8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하 2층으로 내려와야 된다. 덴마크에서의 인도어 오리엔티어링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3) Long(8월 5일, Carnikava)

롱 경기로 좀처럼 뛰어볼 수 없는 9.5km의 긴 거리이다. 숙소에서 1시간 거리의 북쪽 바닷가에 있는 곳이었다. 달리기 좋은 숲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형도 오밀조밀한 곳과 평탄한 곳, 함몰지 등 다양한 지형이 있어서 오리엔티어링을 하기에 정말 좋은 경기장이었던 것 같다.
코스 거리 9.5km, 컨트롤 수 25개로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30초(km당 10분 34초)로 33명 중 20위의 기록이다. 여러 곳에서 실수는 있었지만 당초 2시간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1시간 40분대에 들어와서 다행으로 생각했다.
2번에서 길을 따라 가다가 방향판단 미스로 왼쪽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실수를 했는데, 왼쪽의 사유지 경계를 찍고 희미한 길을 따라가 가는 것이 더 유리한 것 같다. 3번의 경우 왼쪽 골짜기를 따라 지나쳤다가 길을 만난 후 잘못된 것을 알고 되돌아와서 찾는 실수가 있었다. 루트에서도 왼쪽 사유지가 있는 산을 넘어서 갔는데 그보다는 오른쪽을 우회하는 루트가 더 유리한 것 같다.
11번은 어택 지점을 잘못 잡아 다른 곳을 갔다가 되돌아오는 실수를 했다. 13번은 왼쪽 능선을 치고 올라가서 길을 따라가는 루트를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번은 오른쪽을 약간 치우쳐서 지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실수가 있었고, 18번은 어택지점에서 방향을 잘못잡고 들어가서 헤매는 실수를 했다. 20번이 가장 큰 실수였는데 거리판단을 잘못하여 주변에서 헤매다가 시간을 소모했고, 21번은 오른쪽으로 빗나가서 되돌아오는 실수를 했다. 전체적으로 크고 작은 실수가 많은 편이었고 실수로 인한 시간소모가 20분 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된다. 100분 동안 정말 오리엔티어링에 몰입했던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참 재미있는 경기였다.

4) Forest Sprint(8월 7일, Riga)

Forest Sprint, 숲에서 하는 스프린트 경기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리가 외곽의 호숫가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 주변의 숲에서 진행되었고, 스프린트라고 하기에는 숲이 너무 많고, 미들이라고 하기에는 길과 건물이 너무 많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들경기에서의 네비게이션 기술과 스프린트 경기에서의 스피드를 필요로 하는 성격의 경기였던 것 같고, 경기를 하는 동안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부지런히 찾아다녔던 것 같다.
코스 거리 3.6km, 컨트롤 수 17개, 소요시간 34분 47초(km당 9분 39초)의 기록으로 36명 가운데 23위의 기록이다. 경기장에 길이나 건물 등 큰 특징물이 많아서 찾아다니는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몇 곳에서 실수가 있었다.
1번은 약간 왼쪽으로 들어갔다가 두리번거리며 찾았는데 식생지역이어서 컨트롤이 가까지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4번의 경우 직진을 하고자 했는데 숲의 지면상태가 좋지 않아 길을 따라 가는 루트로 변경했고, 6번은 왼쪽으로 비켜가서 돌아가는 작은 실수가 있었다. 10번은 탈출방향을 잘못 잡아 건물 쪽으로 우회하는 루트를 택해서 손해를 봤다. 13번도 왼쪽으로 비켜가서 우회하는 작은 실수가 있었고, 15번에서 가장 큰 실수를 했는데 왼쪽으로 비켜가서 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15번의 컨트롤 위치는 식생이 우거진 지역에 있어서 가까지 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장소였다. Forest Sprint, 미들경기를 스프린트처럼 했던 적절한 이름의 재미있는 경기였다.

5) Middle(8월 8일, Sigulda)

전날 WOC 미들경기를 했던 장소에서 출발지점만 달리해서 진행되었다. 평탄한 지역에서 출발해서 강과 협곡이 있는 하단부를 내려갔다가 건너편 평탄지역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식생이 있고, 평탄한 지형과 급경사지역, 습지, 계곡, 급경사 오르막 등 지형의 변화가 많은 경기장이었다.
코스 거리 4.4km, 컨트롤 수 19개, 소요시간은 1시간 5분 9초(km당 14분 48초)로 39명 중 26등을 했다. 급경사지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도 있었지만 실수를 많이 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1번부터 실수를 했는데 왼쪽으로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실수를 했고, 2번에서 3번을 못보고 4번으로 바로 가다가 되돌아와서 3번을 찍은 실수를 했다. 4번은 오른쪽으로 비켜가서 되돌아왔고, 5번도 오른쪽으로 비켜가서 헤매다가 길까지 나가서 방향잡고 되돌아와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8번도 왼쪽으로 약간 비켜가서 되돌아왔고, 9번은 왼쪽으로 비켜가서 급경사면 상단을 따라가면서 찾을 수 있었는데, 안전하게 길을 따라 가다가 길 끝에서 들어갔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11번도 오른쪽으로 비켜가서 되돌아왔고, 14번은 왼쪽으로 비켜가서 헤매다가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실수가 없었는데 16번 이후 급경사 오르막에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몇 번을 쉬다가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라트비아에 와서 실수를 가장 많이 했던 경기를 하게 돼서 많은 아쉬움이 남아있다.

6) Middle(8월 10일, Mazie Kangari)

두 번째 미들경기로 평탄한 지형의 경기장이고 습지가 많은 지역이다. 경사가 완만하여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방향미스로 인해 헤매기 쉬운 경기장이었다.
코스 거리 4.8km, 컨트롤 수 13개로 소요시간 50분 3초(km당 10분 25초)로 38명 중 25등을 기록했다. 이곳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1번은 오른쪽으로 비켜가서 찾았고, 4번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오른쪽 방향으로 비켜가서 헤매는 실수를 했다. 오른쪽 습지를 컨트롤이 있는 골짜기로 잘못 알고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처음부터 방향을 정확히 재서 들어갔어야 했다. 6번에서는 왼쪽으로 약간 비켜가서 들어갔고 이후에는 무리 없이 찾았다. 4번에서 헤매면서 손해 본 5분만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실수 없는 경기를 언제나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7) Long(8월 12일, Turaida)

드디어 마지막 롱 경기를 하는 날이다. 앞서 WOC 미들릴레이와 롱 경기를 했던 경기장으로 우리 대표선수들이 경기 중 헤매던 모습을 중계를 통해 봐서 그런지 심적 부담이 많았던 경기였다. 등행과 난이도가 어느 정도 있고, 평탄한 지형과 습지, 경사면, 다양한 식생 등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을 했기에, 또 마지막 경기이기에 시간기록보다는 네비게이션 연습을 한다는 생각에서 짧은 루트 위주로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코스 거리는 7.7km, 컨트롤 수 13개, 소요시간 1시간 52분 5초(km당 14분 33초)의 기록으로 29명 중 24등을 했다. 앞선 경기들보다 순위 면에서는 좋지 않았는데, 경사면에서는 우리나라와 지형이 비슷해서 평탄한 지형보다는 네비게이션이 수월했던 것 같다.
1번에서는 습지와 식생지역을 피해서 안전하게 길을 따라가는 루트를 택했고 중간부분 언덕을 오르는 실수가 있었으나 잘못된 것을 알고 트인 땅으로 진로를 바로잡았다. 2번은 등행이 반복되어 힘은 들었지만 직선으로 찾아갔고, 3번에서 오른쪽으로 비켜가서 헤매는 실수가 있었다. 5번과 6번도 직선 위주로 진행했고, 7번에서 큰 실수를 했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헤맸다. 가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방심한 나머지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8번도 등고선 읽기가 잘 된 것 같고, 9번에서 등고선을 잘못 읽고 앞선 돌출부에서 컨트롤을 찾아 헤맸고, 이후 구간에서는 식생과 체력으로 인해 진행이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무리 없이 진행했던 것 같다. 7번과 9번에서의 실수만 없었더라면 만족스러운 경기가 될 뻔 했다.

라트비아에서 2주동안 WOC와 LOW 일정을 함께 했는데 연습경기 3번에 공식경기 7번을 하면서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 많았던 것 같다. WOC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우리 대표선수들의 경기모습을 지켜보면서 응원도 하고, 다양한 지형과 다양한 방식의 경기를 통해 유익한 경험을 하게 된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라트비아는 내년도 WMOC 개최지이기도 해서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WMOC, FIN5, Oringen, LOW에서 참가한 24개의 경기결과를 정리하면, 대회별로는 WMOC, Oringen, LOW, FIN5의 순으로 성적이 나왔고, 종목으로는 스프린트가 미들, 롱 경기보다 좋게 나왔다.
실수가 전혀 없는 완전한 경기는 전혀 없었으며, 미들과 롱 경기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다. 스프린트에서는 1~2개 구간에서 실수가 있었고, 미들과 롱 경기에서는 2~3개 정도의 구간에서, 특히 FIN5의 미들과 롱 경기에서는 절반 정도의 구간에서 실수를 했다. 스프린트에서는 지도를 세밀히 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원인이었고, 미들과 롱 경기에서는 2.5M 등고선 지형에 대한 이해 부족, 나침반 사용시 방향미스, 거리판단 미스, 체크포인트 활용 미흡으로 불안전한 루트선택 등에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유럽선수들과 경쟁을 위해서는 달리기 능력이 필수로 생각된다. 달리기도 못하고 실수도 많으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이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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